반응형 분류 전체보기38 국도 4호선 '거리의 성자(聖者)' 내가 일하는 회사는 도쿄 다이토구의 이리야(入谷)에 위치해 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밤늦게까지 잔업하고 퇴근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렇게 자정 너머 퇴근할 땐 이리야에서 미노와로 가는 국도 4호선을 지난다. 그 때마다 밤12시부터 새벽 2시까지 도로 바로 옆 인도에서 야간식별용 형광조끼를 입고 LED형광봉을 규칙적인 리듬에 맞춰 흔드는, 70대 노년 여인을 본다. 4년전 그를 처음봤을 땐 공사안전요원인 줄 알았다. 실제로 그 옆에는 야간 수도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사와 그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공사가 없는 날도 그는 같은 복장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반드시 나와 형광봉을 마치 춤추듯 흔들어 댔다. 정신이 약간 이상한 사람, 혹은 그냥 심야에 잠이 안 와 운.. 2022. 10. 25. 일본의 환율개입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 1달러당 엔환율이 151엔이라는, 버블 시기에 해당하는 1990년 8월 이후 32년만의 엔저현상을 기록하자 어제(2022년 10월 22일. 한국시간) 자정을 기해 일본은행과 재무성이 달러를 팔고 엔을 사들이는 직접 환율개입에 나섰다. 오늘 아침만 하더라도 일본정부는 개입 여부에 대해 “말할 수 없다”라며 선을 그었지만, 시기(타이밍)와 그 물량공세를 본다면 절대 기관투자가가 행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152엔까지 근접했던 것이 환율개입으로 인해 두어시간 동안 공방전을 펼치며 146엔까지 올라갔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10월 23일 자정 현재는 다시 달러당 147.69엔으로 내려옴.) 현재로선 지난 9월 22일에 있었던 환율개입과는 달리 정확한 달러매도액을 추산하기 힘들다. 9월 22일의 경.. 2022. 10. 23. 루틴의 확립이 개인에게 중요한 이유 “아니, 본업도 바쁜 양반이 그렇게 규칙적으로 글도 쓰고 이런저런 자격증 공부도 할 수 있는 거죠?” 평소에 매우 자주 듣는 말이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처음엔 겸손하게, 아니 약간의 유머도 담아 “친구가 없어서 할 일이 없어요. 하하하.”라고 대답하기도 했지만 워낙 많이 듣다 보니 지금은 배째라 심정으로 “저도 몰랐는데 알고보니 천재라서? 응?...”으로 답할 때도 있다. 이렇게 답하면 상대도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없이 소주잔을 든다. 페이스북에 대댓글로 이런 답을 하면 십중팔구 할 말을 잃었다는 쩜쩜쩜 대여섯개가 붙는다. 물론 다 농담이다. 하지만 객관화시켜 생각해보면 답은 정해져 있다. 내가 보내는 매일의 생활방식, 즉 일상의 루틴이 그걸 가능하게 만들었다. 루틴(routine) 이야기가 나오면 .. 2022. 10. 22. 일본 최단 재임 총리에 대해 알아보자. 10월 20일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취임 45일만에 전격사퇴한 김에 일본의 최단기 재임 총리에 대해서 한번 알아보았다. 먼저 일본인들이나 일본정치에 관심많은 한국인들은 아마 하타 쓰토무 총리로 알고 있을 확률이 꽤 높다. 하지만 하타 쓰토무 총리는 64일로 2위이다. 그럼 하타 총리를 이긴 1위는 과연 누구일까. 정답은 '히가시쿠니노미야 나루히코' 총리인데, 이 양반의 재임기간은 불과 54일(1945년 8월 17일부터 그 해 10월 9일까지)이다. 이 사람이 가진 또 하나의 기록은 최단기간 "육군대신"으로 딱 일주일 했다. 이름과 그 시기에서 보다시피 구황족 출신으로 당시 그가 맡았던 임무는 '패전처리'였다. 그래서 그의 내각을 '종전처리내각'이라 부르기도 한다. 근데 또 웃긴 게 사람 자체는, 당시.. 2022. 10. 21. SPC그룹의 만행, 3년전을 떠올리며 얼마전 파리바게트에 빵과 반죽 재료를 납품하는 SPC그룹 계열의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사고사 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하지만 공장측은 별다른 응급조치를 취하지도 않았고 나아가 공장가동을 중지하지 않았다. 심지어 사고사한 노동자의 피가 묻은 제빵기계를 천으로 덮어놓고 평소와 다름없이 공장을 가동했다고 한다. 이 뉴스를 접하자 3년전 서울신문에 썼던 칼럼이 떠올랐다. 그때 내가 썼던 칼럼은 다음과 같다. ----- 제목 : 2020년, 평등하고 안전한 노동을 (2019년 12월 28일) 물리적으론 별다를 바 없는 하루가 지나가는 것인데,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는 느낌은 확실히 다르다. 마음을 가다듬고, 아무튼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결심을 하기에 딱 좋은 날인 것처럼 느껴진다. 심.. 2022. 10. 20. <브레이킹 배드> 걸작이지만 추천하지는 않겠다. 약 일주일간에 걸쳐 전설적 미국 드라마라 불리우는 를 다 봤다. 매우 독특한 드라마였고 왜 전설이라 말하는지 알 것 같기는 한데, 상당한 피로감이 몰려오는 것도 사실이라 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추천을 해야 하나 망설여진다. 완성도는 두말할 나위없이 10점만점에 9점이상이다. 다만 시청내내 끓어오르는 짜증을 이겨내야 한다. 이 짜증은, 드라마 내내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주인공(월터 화이트)과 주인공 가족(아내 스카일라 화이트, 아들 월터 주니어, 처제 마리 슈레이더, 제부 행크 슈레이더), 그리고 피를 나눈 가족은 아니지만 작품 전편에 걸쳐 아들 역할을 하는 제시 핑크맨 때문이다. 두시간 짜리 영화도 아니고 약 60시간에 걸친 드라마이다. 드라마를 이끌고 가는 누군가에겐 감정이입을 해야 한다. 보통.. 2020. 4. 30. [단독] 아베마스크 스캔들의 '유스비오' 대표는 누구인가. ‘아베노마스크’를 둘러싼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일본정부가 총예산규모 466억엔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구당 천마스크 2매 배부’ 정책을 결정했던 3월 중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아베 신조 총리는 마스크 수급부족 사태가 계속되고 있어, 세탁 후 재사용이 가능한 천마스크를 배포하겠다고 발표했다. 3월초 전국일제휴교 요청을 내린 상황과 비슷하다. 휴교요청 당시 교육소관 부서인 문부과학성이 깜짝 놀랬던 것처럼 이번에는 후생노동성이 허둥지둥됐다. 사전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됐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베노마스크 정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예산도 금방 책정됐다. 가구당 2매와 면적 문제로 숱한 패러디를 낳았고 지금도 저품질 등을 이유로 비판받고 있지만, 아무 것도 안하는.. 2020. 4. 28. [단독] 아베마스크에 드리워진 의혹... 전후 최대의 슈킹? 다시 한번 시계를 과거로 돌려보자. 일본은 1월 16일 첫 감염자가 가나가와현에서 발생한 이후 4월 8일까지 약 3개월에 걸쳐 거의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3월 25일 도쿄올림픽 패럴림픽 연기가 결정되고, 3월 29일 시무라 켄이 죽으면서 긴급사태선언을 긍정하는 사회적 여론이 높아졌지만 그로부터 열흘이나 지난 4월 8일 아베 신조 총리는 도쿄를 비롯한 7개 도부현(都府県)에 긴급사태를 발령했다. 하지만 도쿄도 등 7개 지역의 실제적인 휴업 및 외출자숙 요청은 그로부터 사흘이나 지난 4월 11일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됐다. 촌각을 다투는 시기일수록 '하루'의 무게감은 남다를 것인데, 그 아까운 시간을 허망하게 보내버렸다. 이후 전문가회의는 사람간의 접촉율을 평소의 20% 수준으로 유지해야 이 코로나19 바이.. 2020. 4. 27. 여성들에 대한 찬사, 로마(ROMA) 기억의 저편을 되돌아보면 이 작품은 반드시 누군가의 추억이 된다. 내 어머니도 보모였고, 시간이 지나서는 마산 어딘가의 반찬가게나 고깃가게에서 허드렛일을 했다. 그리고 그 고용주의 누군가는 영화 속의 소피아 부인이었다. 그로부터 몇 십년이 흘렀고 어머니는 지금도 여전히 그녀와 친교를 이어가고 있다. 아니, 그 두분은 둘도 없는 친구사이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다룬 알폰소 쿠아론의 이야기가 보편성을 획득하는 과정은 정적이며 절제되어 있다. 70-71년 멕시코의 사회적 상황은 마치 어머니가 87년 노동자대투쟁 때 회원동 국제주유소 근처에서 황급히 자판을 파하며 근처 철길에서 놀고 있는 나에게 “빨리 들어가자, 위험해”라고 말하는 광경을 떠올리게 한다. 무엇보다 연기가 아니라서 좋다. 실제로 있었던 일을.. 2020. 4. 21. 이전 1 2 3 4 5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