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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빠져 나오려 할수록 더 깊게 빠지는 오자크(Ozark)

by uenotetsuya 2020. 4. 20.

현실의 언더그라운드 세계에서 전문직은, 조직의 핵심으로 매우 중요한 대접을 받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창작된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들은 전형적이고 단선적인 캐릭터로 소비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자크(Ozark)’는, 일단 그러한 클리셰를 깬 작품이다.

두번째, 오자크는 돈의 중요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사실 어둠의 조직 뿐만 아니라 모든 현실의 조직들, 이를테면 일반적인 회사 역시 재화를 생산(서비스업 포함)제공해봤자 대금을 못 받으면 끝이다. 이 드라마는 그러한 이야기인데, 마약조직의 특성상 한발 더 나아가 받은 대금을 어떻게 세탁하느냐(머니론더링)에 관한 실제적 고찰(?)을 다룬다.

물론 작품의 메인 테마는 ‘가족’과 ‘결정에 대한 다른 해석’이다. 하지만 자금과 조직운영에 주안점을 두고 바라봐도 재미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이거 보고 진짜 돈세탁 도전했다가 망하면 님들 책임이다...) 꽤 많은 장면에서 소소한 퍼센테이지 네고가 나오는데 이 부분이 매우 디테일하고 현실의 협상에서도 써 먹을만한 구석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범죄 드라마에서는 절대 주인공이 될 수 없었던 자산관리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마티 버드(주인공)을 보면서 ‘아웃레이지’ 이시하라(카세 료 분) 떠올랐다. 영어 유창하고 돈관리 잘한 이시하라가 극 중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야쿠자 조직에 대한 고정관념을 깼듯이, 오자크에서는 우리 주변에서 금방 찾을 수 있는 자산관리사 마티 버드가 클리셰를 깨고 주인공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한다.

결국은 가족드라마이다. 미드에 어울리지 않는 신파적인 부분도 정말 많지만, 이 가족이 처한 상황 자체가 그러한 신파를 용인한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설정이 아주 훌륭하다고 봐야 겠다. 누구는 브레이킹 배드의 열화버전이라고 하는데, 난 브레이킹 배드를 안 봤기 때문에 뭐... (그래서 다음 작품은 브레이킹 배드로 정했다.)

무엇보다 엄청 중요해 보이는 주연급 조연들이 시즌마다 팍팍 죽어나간다. 스포일러라서 말을 못하겠지만 암튼 킹덤 느낌도 난다. 시즌 드라마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중요인물들을 퇴장시키고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키는 이유는 얼추 짐작이 가긴 하지만, 아무튼 ‘오자크’는 그러한 흐름이 자연스럽고 설득력이 있다. 또한 에피소드 막판에 흐르는 음악이 아주 좋다. 원래 마지막 스탭롤 뜨면 다음 편으로 넘어가기 일쑤인데 오자크는 30개 에피소드의 절반 정도를, 이 마지막 음악 듣기 위해 끝까지 본 것 같다.

어쨌든 참을성 없는 내가 30부(시즌1,2,3)를 다 봤다는 점만 봐도 대단한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시리즈1의 9편이 가장 좋았다. 각 인물들이 왜 그렇게 됐는지 2007년의 상황을 보여주는데 수십명에 이르는 캐릭터들의 교차편집이 정말 일품이다. 편집 공부하는 사람들은 꼭 봤으면 싶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쓰려고 해도 생각해보니 다 스포적 성격이라 더이상은 좀 그렇고... 시간 날 때마다 한편씩 천천히 볼 가치는 충분히 있다. 단, 이런 류의 범죄 느와르 장르 싫은 사람들에게는 비추천이다. 그리고 각 시즌마다 발암 요소가 딱딱 나오고, 시즌3에 엄청난 발암캐릭터가 등장하기 때문에(이해는 가지만 진짜 열받는다...) 이러한 발암적 요소를 싫어하는 분들에게도 비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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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점은 10점 만점에 9.2점. 이십자평은 “아리조나는 유턴 때문에, 미주리는 오자크 호수 때문에 이번 생에는 굳이 안 가봐도 될 듯.” 이다. 굿바이! 리얼 오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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