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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보건소 수의 추이를 보면 일본공중보건의 붕괴가 보인다.

by uenotetsuya 2020.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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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PDF 화일은 전국보건소장회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자료이다. 일본의 보건소가 과거에 비교해 얼마나 줄어들었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증폭 검사를 한국처럼 하면 일본의 의료체계가 붕괴된다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처음에는 음압격리병실의 문제인가 했다. 일본은 인구수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은 전국 407개 시설에 1835 병실 정도만 있기 때문이다. 한국 상황과 비교한다면 인구수 대비 3000개는 있어야 하는데, 알고보면 적자운영 투성이인 의료법인이 이런 특수병실을 만들 리가 없다.

일본의 의료시설은 진료소와 보건소, 그리고 병원으로 나뉜다. 병상이 20개 이상 되면 병원이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동네병원은 모조리 진료소라고 보면 된다. 당연히 진료소가 많고 병원은 전체 의료기관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종합병원은 다시 그러한 병원의 10% 수준이다. 

하지만 격리를 굳이 음압병실에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가격리를, 스스로 주의하면서 잘 하면 된다. 그런데도 일본은 코로나19에 관한 PCR 검사 건수가 매우 낮다. 3월 27일 12시 현재 PCR 검사 실시 건수는 46,869건이고 실시한 사람 수는 27,005명에 불과하다.

https://www.mhlw.go.jp/stf/seisakunitsuite/bunya/0000164708_00001.html#kokunaihassei

新型コロナウイルス感染症について

新型コロナウイルス感染症に関する情報を掲載しています。

www.mhlw.go.jp

도쿄올림픽도 연기했으니 앞으론 활발히 하겠구나 싶었는데 여전히 검사 건수가 적다. 나는 물리적으로 검사할 수 있는 기관의 수가 한정되어 있어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고 본다. 검사기관을 보면 보건소가 압도적으로 많다. 공적보험 적용이 가능해졌다고는 하지만 일반동네병원(위의 분류라면 진료소)이나 검사기관, 대학 등은 여전히 이 검사를 잘 안해준다.

37.5도 이상의 고열이 4일 연속으로 발생할 경우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높은 기준이 설정된 가이드라인이 아직도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감염경로가 명확하지 않은 2, 3차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높은 기준의 가이드라인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지만 한번 정한 매뉴얼 바꾸려면 시간이 엄청 걸리는 일본사회의 관습상 이거 바뀔려면 시간 좀 걸릴 것이다. 

아무튼 그렇다면 보건소 밖에 없는데, 처음의 표를 보면 알겠지만 보건소 수가 20년전과 비교해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1999년까지(헤이세이10년까지) 840개에 달하던 보건소가 차츰 줄어들기 시작해 2018년(헤이세이29년)에는 480개에 불과하다. 20여년만에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고령화 사회에 진입할수록, 그리고 2000년대부터 일본 역시 사스와 신종플루, 병원성 대장균(O-157) 등 공중보건의 중요성은 강조되면 되었지 사라지진 않을 것인데 왜 이렇게 된 것일까? 

문제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1994년에 개정된 '지역보건법'이 눈에 띤다. 1994년은 버블경제가 끝나가던 시기였고 각종 통폐합과 민영화가 거론됐던 시기이긴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의료부분을 함부로 손대면 안되었고,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머리를 쓴 것이 바로 2차 의료권역의 통폐합이었다. 

https://ja.wikipedia.org/wiki/%E5%9C%B0%E5%9F%9F%E4%BF%9D%E5%81%A5%E6%B3%95

 

地域保健法 - Wikipedia

 

ja.wikipedia.org

위의 링크를 클릭해보면 알겠지만 지역보건법 자체는 매우 간략한 법 조항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새로 들어간 5조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각 토도후현의 보건소는 의료법이 정하는 '2차 의료권역' 등을 참고로 소관구역을 설정한다"고 되어 있다. 그럼 의료법이 정하는 2차 의료권역의 범위가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면 구역이 엄청나게 넓다. 무슨 말이냐면 구 단위 행정구역상 하나씩 있던 보건소를 의료법의 2차 권역으로 지역을 넓힐 경우, 예를 들어 지역보건소는 구 2개 행정구역 범위당 하나만 있어도 된다는 해석이 가능해져 버린 것이다. 

실제로 2003년의 공산당 자료에 의하면 지역보건법이 정하는 토도후현의 보건소는 원래 630개가 존재했는데, 의료법이 정하는 2차 권역으로 조정할 경우 342개소만 있어도 됐고, 이걸 20여년에 걸쳐 일본정부는 진짜로 해 버렸다. (하긴 민영화의 화신 고이즈미 준이치로 시절이니 가능했겠지.) 아무튼 그렇게 쌓였던 오래된 빚(혹은 폭탄돌리기)이 20년의 세월을 돌고돌아 지금 채권 회수하러 나타난 것이다.

나는 이러한 의미에서 한국의 의료부분 수급체계의 개선과 의료인력 및 시스템의 확충이 아니라 의료보험 민영화부터 먼저 외치는 자, 특히 공중보건 등 평등성의 원리에 기반한 공적의료 시스템의 축소를 외치는 자는 의심부터 해야 하며, 그들이 바로 공공의 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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