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4월 8일)부터 긴급사태선언이 발령됐다. 이로써 일본국민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 5월 6일까지 한달간 지속된다. 그런데 참 느리다. 4월 3일 지지통신이 실시한 긴급사태선언 발령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에서 찬성여론이 80%를 넘었고, 4월 4일 코로나 대책담당대신 니시무라 야스토시 씨는 "긴급사태선언을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도쿄의 확진자가 100명 선을 넘나들고, 일본 전국의 확진자가 3일 연속 300명대를 기록하던 시기다. 하루 평균 2-3000건 검사해서 300명이 나왔다. 도쿄는 하루 최대 300명을 검사해, 적게는 79명, 많게는 143명이 나왔다. 확진율 퍼센테이지가 어마어마하다. 당연하다. 37.5도 고열 4일 이상, 기침, 인후염, 호흡곤란, 무기력증, 근육통 중 서너가지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야, 즉 이른바 '코로나 고시'에 합격해야만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이미 상당히 아픈 상태에서 검사를 받으니 확진율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정부도 알고 있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어제서야 비로소 "이대로 가면 한달 후엔 8만명 정도 확진자가 나온다"고 말했다. 지금 일본의 통계는 믿을 수 없다. 지자체에서 올라오는 통계를 후생노동성이 집계해 발표하는 식인데, 정부에 비협조적인 지자체도 많고, 각각의 지자체도 지역내의 다른 기초단체 지자체의 통계를 받기 때문에 이게 다음날이 되어 수정되는 경우가 매일같이 발생한다. 그래서 나오는 말이 '시산치(試算値)'이다. 지금까지 나온 결과를 토대로 미래 어느 시점에선 얼마나 될 것인가라는 계산을 하는데, 이것이 상당히 들어맞고 있다.
전문가회의는, 그래서 이미 4월 1일부터 계속 긴급사태선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결국 일주일이나 지난 4월 8일 발령됐다. 너무 느리다. 오죽하면 4월 6일에는 '긴급사태선언을 언제 선언할 것인가라는 회의를 위한 예비회의'가 있었다. 4월 7일 국회질의응답을 준비하기 위한 각료회의다. 사전조율을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이런 모습이 '긴급'과 '사태' 그리고 '선언'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와 과연 맞을까? 긴급한 국가적 사태를 막자는 선언을 앞두고 사전조율을 하는 모습이 일본사회에 어떻게 비춰질까.
그러다보니 지방자체도 따로 논다. 4월 7일 저녁 7시 아베 총리가 긴박한 어조로 7개 토도후현(도쿄, 사이타마, 지바, 가나가와, 오사카, 효고, 후쿠오카)에 긴급사태를 선언하면서 각종 시설, 특히 불특정 다수가 밀집할 수 있는 영화관, 선술집, 나이트클럽, 캬바레, 인터넷 카페 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법적 근거(비상조치법)에 기반한 강력한 휴업 요청 및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도쿄를 제외한 나머지 여섯개 지자체는 8일 아침 "민간시설에 휴업 요청은 하지 않겠다"고 공언해버렸다.
https://www.kyoto-np.co.jp/articles/-/212330
宣言の休業要請、6府県見送り 東京は10日に対象施設公表|全国のニュース|京都新聞
新型コロナウイルスの感染拡大に備える改正特別措置法(新型コロナ特措法)に基づく緊急事態宣言を受け、対象の7都府県が7日、対応を公表した。埼玉、千葉、神奈川、大阪、兵庫、福岡の各府県は、現段階で民間施設に対し休業要請しない方針を示した。東京都は休業要請する対象の業種や施設を10日に発表して11日の開始を目指すとし、対象施設を公表しなかった。国との調整が難航しているとみられる。 都幹部は国との調整に関し「効果的なものにする必要がある」と説明。「影響度が高く、課題が多いものから重点的に対象としてい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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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장 심각한 상태인 도쿄 조차 "10일까지 휴업시설에 대한 논의를 하고, 11일부터 이들 휴업시설에게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긴급사태선언의 핵심 중의 핵심이었던 휴업요청이 당장 다음날 각 지역단체장들에 의해 거부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아베의 리더쉽이 얼마나 바닥에 떨어졌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교도 입학식을 해 버린다. 텔레비젼에서는 긴급사태선언이 언제 떨어질지 긴박하게 흐르고 있는데 4월 6일에는 막내가 초등학교에, 그리고 4월 7일에는 둘째가 중학교에 입학했다. 물론 예년과는 달리 상당히 간소화되었지만 그래도 밀폐된 공간에 사람들이 밀집했고, 의자간 거리는 20센티에 불과했다. 그토록 피하라는 '3밀'을 통째로 어긴 셈이다. 도쿄의 학교들은 거의 다 이런 식으로 입학식을 치렀다고 하니 텔레비젼 안의 세계와 바깥 세계는 다른 도쿄인가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하긴 3월 25일에는 졸업식도 했으니 결국 사람 모이는 행사는 다 치룬 것이다. 둘째가 치마저고리를 입고 멋지게 행사에 참가한 것 보다, 그걸 보고 탄성을 내지르는 다른 학부모들의 '비말'이 제발 그녀의 옷에 묻지 않기를 바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니.
사실 아내는 자포자기, 각자도생을 입에 달고 산다. 입학식에서 만난 다른 학부모들도 적극적으로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내가 먼저 "긴급사태선언이 떨어지니 마니 하는데, 입학식 연다는 것 자체가 모순 아닌가?"라고 먼저 운을 떼면 저마다 기다렸다는 듯 "그래, 맞아. 차라리 돈이라도 확 뿌리지!", "우리 집에 마스크 왔는데, 사이즈가 너무 작아. 그걸 누가 쓰지?", "대출서류 떼러 갔는데 한 백명 모였더라. 서류를 무슨 11개나 준비하라고 하는지 참..."등의 불평과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나도 물론 그들의 말에 호응은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엔 '아니 그러면 투표라도 잘 해서 정권을 바꿔 보던가 하지 참...'이라는 답답함도 밀려 온다.
그래도 일본인 아내는 긍정적이다. 아베 정권은 애저녁에 포기했지만, 그래도 당장 5월 6일까지는 외출하지 않으니 그나마 좀 나아지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의 희망을 꺽고 싶지 않아 아무말도 안했지만, 착잡함만 밀려온다. 진짜 일본인들만 모르는 것 같다. 지금 도쿄가 전세계 사람들의 가장 걱정하는 메가 시티라는 것을 말이다.
미증유의 일상이지만,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여전히 출퇴근을 반복하고 있는 나에게는 긴급사태선언 전과 다름없는 변함없는 일상이 오늘도 지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