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로 회계년도가 끝났다. 오늘 4월 1일은, 물론 만우절이기도 하지만 국가의 회계가 시작되는 날이고 당연히 통상국회 질의 등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게다가 지금 시국은 다들 알다시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다. 모두가 힘들어질 것이 훤히 보이는 이번 연도의 첫 날 통상국회 질의응답장에 나서는 총리대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추가 주목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여전히 빈곤한 언어력을 선보였다. 구체적인 숫자는 하나도 등장하지 않았다. 두루뭉술한 수식어들이 난무했다. 다음은 요미우리 신문이 4월 1일 정오에 보도한 기사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首相は「我が国の経済に甚大な影響が懸念される。来週に緊急経済対策を取りまとめて、前例にとらわれることなく、思い切った措置を講じていく」と語った。改正新型インフルエンザ対策特別措置法に基づく緊急事態宣言については「今、この時点で出す状況ではないと考えている。何よりも国民の命、健康を守ることを第一に判断していきたい」と述べた。自民党の足立敏之氏と社民党の吉田忠智氏の質問に答えた。
이를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수상은 "우리 나라의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다음주에 긴급경제대책을 정돈해 전례를 생각하지 않은, 과감한 조치를 구상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 신형 인플루엔자 대책 특별법에 기반한 긴급사태 선언에 대해서는 "지금 이 시점에서 내릴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을 가장 급선무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민당의 아다치 씨와 사민당의 요시다 씨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이다.
아베 총리의 답변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뭐가 문제인지 모를 수도 있다. 오히려 원론적인 입장에서는 매우 좋다고 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답변에 쓰이는 추상적인 수식어와 단어들이다. 아베 총리는 습관적으로 '심대한', '전례없는', '과감한', '급선무'와 같은 단어를 쓴다. 그런데 이러한 습관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06년 7월 아베 총리는 '아름다운 나라'라는 책을 상재했다. 그리고 이 책을 상징하는 캐치프레이즈로 다음과 같은 문장을 스스로 썼다.
活力とチャンスと優しさに満ちあふれ、自律の精神を大事にする、世界に開かれた美しい国、日本
번역하면 "활력과 찬스와 부드러움으로 가득찬, 자율의 정신을 중시하는 세계에 열린 아름다운 나라, 일본"이 된다. 그리고 아베노믹스를 설명하는 과정에서도 '세개의 화살'이라는 비유어를 사용했고, 아래의 수상관저 홈페이지에는 2015년에 했던 다음과 같은 선언이 아직도 올라와 있다.
https://www.kantei.go.jp/jp/headline/ichiokusoukatsuyaku/index.html
一億総活躍社会の実現 | 首相官邸ホームページ
少子高齢化の流れに歯止めをかけ、誰もが活躍できる「一億総活躍社会」の実現に向けて、政府を挙げて取り組んでいきます。
www.kantei.go.jp
"우리나라의 구조적인 문제인 저출산 고령화를 정면으로부터 도전해, 희망을 낳는 강한 경제, 꿈을 이룰 수 있는 육아 지원, 안심할 수 있는 사회보장 등 신・세개의 화살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1억 총활약 사회의 실현을 향해 정부 전체를 동원해 실현해 나가겠습니다. (我が国の構造的な問題である少子高齢化に真正面から挑み、「希望を生み出す強い経済」、「夢をつむぐ子育て支援」、「安心につながる社会保障」の「新・三本の矢」の実現を目的とする「一億総活躍社会」の実現に向けて、政府を挙げて取り組んでいきます)"
지도자의 언어는 때로 그 사회를 상징한다. 자신의 스캔들을 적당한 수식어로 피해가고, 국가적 위기의 상황에서는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언어로 답변한다. 이것도 한두번이지 매번 이래버리면 질문하던 사람이 지쳐 떨어져 나간다. 오죽하면 관저 기자클럽 소속 기자들이 요즘엔 "총리! 총리! 아직 남았어요!"를 외칠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올해가 시작되는 오늘, 아베 총리는 "무엇보다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을 가장 급선무"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3월 24일 기자회견에서도 위와 똑같은 말을 했다. 하지만 3월 24일 이후 코로나19 유전자 증폭 검사 일일 횟수는 전과 비교해 500여건이 늘어난 1800여건에 불과했다.
아베 총리가 입버릇처럼 언급하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일이 급선무"라는 말의 진의는, 이쯤되면 사실 상관없다. 문제는 총리의 이 말을 믿는 국민들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그 퍼센테이지가 압도적으로 낮아져 이대로 가다간 '1억 총옥쇄 사회'가 도래할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위기감이 들지 않는 한, 이 사회는 당분간 힘들 것이다.